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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처음 샀을 때의 설렘을 아직도 기억한다. 여행을 하며 직접 하늘을 날아다닐 수는 없지만, 드론을 통해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흥분되었다. 멀리 날려 보내고, 위에서 내려다본 세상이 화면 속에 펼쳐지는 그 순간은 마치 새로운 눈을 얻은 것 같았다.

그래서 어디를 가든 드론을 챙겼다. 여행지의 멋진 풍경을 기록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바람이 부는 들판에서도, 한적한 해변에서도, 높은 산 정상에서도 나는 언제나 드론을 띄웠다.

하지만 어느 날, 내가 그렇게 아끼던 드론이 사라졌다.

그것은 단순히 값비싼 장비를 잃어버린 사건이 아니었다. 애지중지하던 물건을 잃었다는 상실감, 그리고 나 자신의 실수에 대한 후회. 하지만 그날 나는 단순히 드론을 잃은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기대감으로 가득 찬 비행

그날 나는 유럽의 작은 마을에 있었다. 고즈넉한 골목과 오래된 건물들이 그림처럼 펼쳐진 곳이었다. 높은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곳을 꼭 드론으로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바람은 약간 불었지만, 날씨 자체는 괜찮았다. 그래서 드론을 조심스럽게 띄웠다. 조종기 화면 속에서 드론이 점점 멀어지며 멋진 장면을 담고 있었다.

나는 너무나 들떠 있었다. 화면 속으로 보이는 마을의 지붕들, 멀리 보이는 강, 그리고 점점 붉게 물드는 하늘까지. 그 순간만큼은 완벽했다.

하지만 그 완벽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라진 드론

어느 순간, 조종기 화면이 끊기기 시작했다. 신호가 약해지는 듯했다. 당황한 나는 드론을 다시 불러오려고 했지만, 화면이 멈추고 조작이 먹히지 않았다.

‘설마…’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조종기에는 ‘신호 상실’이라는 메시지가 떠 있었다. 다시 신호를 잡으려 시도했지만, 화면은 여전히 까맸다.

믿을 수 없었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하늘을 날고 있던 드론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나는 황급히 드론이 마지막으로 보였던 방향으로 달려갔다. 혹시나 어디선가 떨어져 있지는 않을까 싶어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드론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제야 현실을 깨달았다. 나는 내 드론을 영원히 잃어버렸다는 것을.

절망과 후회

손에 쥐고 있던 조종기를 내려놓고 멍하니 앉았다.

단순한 물건 하나를 잃어버린 것일 뿐인데, 그 순간의 상실감은 생각보다 컸다. 단순히 값비싼 장비라서가 아니라, 그동안 함께했던 추억 때문이었다.

드론과 함께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랐다. 한적한 호숫가에서 처음 비행 연습을 하던 날, 광활한 사막 위에서 촬영했던 장면들, 그리고 바다 위를 가로지르던 날까지. 모든 순간들이 떠올랐고, 그 모든 것들이 이제 더 이상 반복될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더욱 괴로웠던 것은 내 실수 때문이라는 점이었다. 신호가 약해지는 걸 미리 확인하지 못한 것, 안전한 거리 내에서 조종하지 않은 것, 그리고 바람을 과소평가한 것. 모든 것이 나의 방심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앉은 자리에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제 어떡하지?’

결국 중요한 것은 물건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점점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말 내가 잃어버린 것이 단순히 드론일까?’

물론 드론은 나에게 소중한 장비였고, 촬영을 위해 꼭 필요한 도구였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장비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기록할 기회를 잃었다는 것이 더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니, 그것조차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드론이 담아줄 수는 없었지만, 나는 여전히 그날의 풍경을 내 눈으로 보고 있었다. 마을의 지붕은 여전히 따뜻한 색을 띠고 있었고, 강물은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해는 천천히 지고 있었고, 그 순간의 공기와 온도는 여전히 내 피부에 와 닿고 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드론이 있었다면, 나는 카메라 화면을 통해서만 이 풍경을 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온전히 내 두 눈으로 이 순간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드론을 잃어버리고 얻은 것

그날 이후, 나는 촬영을 할 때마다 조금 더 신중해졌다. 장비를 더욱 소중히 다루었고, 안전한 거리와 환경을 항상 고려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순간을 즐기는 법도 배웠다.

이전에는 ‘이 장면을 꼭 담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지만, 이제는 ‘이 순간을 그냥 즐기면 안 될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물론 좋은 장면을 촬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드론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제는 장비에 너무 의존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행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촬영된 영상이 아니라, 내가 직접 경험하는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드론을 잃어버렸을 때는 절망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물건은 잃어버릴 수 있지만, 경험과 기억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날의 하늘을, 나는 여전히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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