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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떠남이 곧 자유라고 믿었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오직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길을 떠났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새로웠고, 여행지마다 나를 기다리는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득 떠남과 돌아옴 사이에서 흔들리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에는 떠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또 어떤 순간에는 익숙한 일상이 그리워졌다. 그렇게 나는 여행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며, 떠남과 돌아옴의 의미를 곱씹게 되었다.
떠나고 싶어서 떠났다
여행을 결심한 이유는 단순했다.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조금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다. 같은 공간에서 반복되는 하루가 답답하게 느껴졌고, 바쁘게 흘러가는 현실 속에서 나 자신이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떠나지 못할지도 몰라.’
그렇게 나는 익숙한 곳을 뒤로하고 길을 떠났다.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첫 여행지에서는 모든 것이 새로웠다. 아침마다 처음 보는 풍경이 펼쳐졌고, 새로운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가 흥미로웠다. 하루하루가 모험 같았고, 마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여행은 내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고, 새로운 경험들을 선물했다. 낯선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은 카페,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따뜻하게 대해 준 현지 사람들, 계획에 없던 길을 따라 걷다가 마주한 멋진 풍경들. 이 모든 순간들이 나를 떠나길 잘했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감정이 찾아왔다.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
여행이 길어질수록 익숙한 것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가끔은 아무런 고민 없이 익숙한 동네를 걷고 싶었고,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 오히려 소중하게 느껴졌다. 매일 새로운 곳을 이동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피로하게 다가왔다.
특히 아플 때, 몸이 지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따뜻한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고, 익숙한 음식이 간절하게 그리운 날도 많았다.
어떤 날은 여행지에서 멋진 석양을 보며 문득 ‘이 감동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혼자만의 시간은 분명 소중했지만, 그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누군가와 함께하는 순간들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그렇게 떠남을 선택했던 나는,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맞이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정말 떠나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었던 걸까?
여행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다
여행을 하다 보면, 현실과의 괴리를 느낄 때가 있다. 떠나기 전에는 현실이 답답하고 지루하게 느껴졌지만, 막상 여행을 하다 보면 그 현실이 주었던 안정감이 그리워진다.
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많은 이들이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떠나고 싶어서 여행을 시작했지만, 결국 언젠가는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고민하는 사람들. 여행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
나 역시 그 사이에서 흔들렸다. 계속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마음과, 다시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 사이에서 고민했다. 떠나 있는 동안 나 자신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꼈고, 다시 돌아갔을 때 이전처럼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깨닫게 되었다. 여행과 현실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을.
떠남과 돌아옴, 그 사이에서 배운 것
여행이 나에게 가르쳐 준 가장 중요한 것은, 떠남이 꼭 완전한 탈출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여행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 생각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태도로 그 시간을 받아들이느냐였다. 여행을 한다고 해서 현실이 완전히 바뀌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여행을 통해 내 시선이 조금씩 달라졌고, 익숙했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떠남을 통해 나는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었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나의 한계를 시험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옴을 통해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다. 익숙한 공간,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들, 작은 일상의 순간들이 사실은 큰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떠나는 것이 여행의 전부가 아니라, 돌아오는 것 또한 여행의 일부였다. 그리고 떠나 본 사람만이, 돌아왔을 때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다시 떠날 것을 알기에, 지금을 더 소중히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만난 사람들은 결국 다시 떠날 것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며, 여행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고 있었다.
나 역시 떠남과 돌아옴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든 여행자들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는 또 떠나고 싶어질 것이고,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고 싶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이제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떠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돌아오는 것 또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여행은 단순히 물리적인 이동이 아니라,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여행을 할 때마다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돌아가고 싶을 때 돌아가면 되는 것. 중요한 것은 떠남과 돌아옴 사이에서 내가 어떤 것들을 배우고, 어떤 것들을 소중히 여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떠나고, 또 돌아오며, 다시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