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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여행을 떠날 때, 나는 단 하나의 생각만 했다. ‘여기 아닌 어딘가로 가고 싶다.’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졌고,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새로운 풍경을 보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 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여행을 하면서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여행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문득 떠오르는 감정이 있다. ‘돌아가고 싶다.’ 떠나는 것이 꿈이었는데, 돌아가는 것도 꿈이 되는 순간이 온다. 늘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것이 좋을 줄 알았지만, 때때로 익숙한 것들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떠남과 돌아옴 사이에서, 나는 끝없는 고민을 하게 된다.

떠나고 싶어서 떠났다

처음 여행을 떠난 것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가보지 못한 곳을 가고 싶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가방 하나만 메고 공항에 서서 새로운 목적지로 향하는 순간, 나는 자유를 느꼈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어졌다. 하나의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다음 목적지가 생겼고, 돌아가야 할 이유보다는 더 머물러야 할 이유를 먼저 찾았다. 일상을 벗어나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좋았다.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늘 특별했다. 새로운 도시에서 눈을 뜨고, 창문을 열면 낯선 거리의 풍경이 펼쳐지는 순간. 어디로든 걸어 나갈 수 있고, 무엇이든 새롭게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설렜다. 내가 가는 곳마다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난 자유로움이 내게는 너무나 달콤했다.

그런데,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여행을 계속할수록 예상치 못한 감정이 찾아왔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지내는 것이 즐겁기도 했지만, 때로는 외로움이 밀려왔다. 모든 것이 새롭기만 했던 처음과 달리, 어느 순간부터는 혼자가 된다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어느 날, 나는 동남아의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주변은 활기차고 사람들은 웃고 떠들었지만, 그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쓸쓸함을 느꼈다. 내 옆자리에서는 한 가족이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고, 친구들끼리 여행을 온 듯한 사람들이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고 있었다. 그 순간 문득, ‘나도 저 사람들처럼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한국에서 친구들이 보내오는 메시지를 보며, 익숙한 공간이 그리워지기도 했다. 내가 떠난 뒤에도 그들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었고, 나는 점점 그 흐름에서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생일 파티, 모임, 가족 행사. 여행을 하면서 잃어버리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떠나온 현실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었고, 나는 그곳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

떠나야 하는 이유, 그리고 돌아가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나는 왜 떠났을까? 그리고 왜 돌아가고 싶은 걸까? 떠나고 싶은 마음과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서로 충돌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이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막상 떠나고 나니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선택이 되었다.

여행 중에 만난 많은 여행자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나는 계속해서 떠나야 해, 돌아가면 다시 똑같은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라고 말했다. 또 어떤 사람은 “여행도 좋지만, 결국에는 돌아가야 할 곳이 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 같아.”라고 했다.

나도 같은 고민을 했다. 영원히 여행을 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면, 돌아가는 것도 단순한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

나는 떠나고 싶었고, 그래서 떠났다. 그리고 가끔은 돌아가고 싶었고, 그래서 돌아가기도 했다. 여행과 현실은 서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결국 내가 살아가는 방식의 일부였다.

어디에 있든 중요한 것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었다. 익숙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의미가 있고, 다시 돌아가서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나는 여전히 떠나기를 좋아하고,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이제는 떠나는 것이 무조건 자유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은 나를 성장시키지만, 돌아감 또한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떠남과 돌아옴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하지만 그 고민조차도 여행의 일부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길 위에서, 내가 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며 또 한 걸음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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