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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항상 언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새로운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그 나라 언어를 모르면 불편하지 않을까?’, ‘소통이 안 되면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필수 표현이라도 익히려고 노력했고, 번역 앱을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때로는 단어 하나 없이도 깊이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장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진심이 담긴 몸짓과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낯선 마을에서 손짓으로 소통하다
한 번은 동유럽의 작은 마을을 여행하다가 길을 잃었다. 구글 지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주변에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당황한 채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한 할아버지가 다가오셨다. 그는 나에게 무언가를 묻는 듯했지만, 나는 단 한마디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웃으며 내 손을 이끌었다. 나는 그가 어디로 가려는지 몰랐지만, 왠지 믿어도 될 것 같았다. 그는 손짓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내게 따라오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우리는 단 한마디의 대화 없이도 목적지를 찾아갔다.
그 과정에서 그는 계속 손짓과 표정으로 나에게 이야기를 해 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반응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동행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에 나는 두 손을 모아 감사의 뜻을 전했고, 그는 활짝 웃으며 내 등을 두드려 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말을 몰라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었다.
시장에서 나눈 소박한 인연
한 번은 동남아시아의 한 재래시장을 방문했을 때였다. 작은 가게에서 음식을 사 먹으려는데, 메뉴가 전부 현지어로만 되어 있었다. 손짓으로 추천해 달라고 하자, 가게 주인은 활짝 웃으며 몇 가지 요리를 가리켰다. 나는 무작정 그가 가리킨 것을 주문했고, 그는 기쁜 얼굴로 요리를 준비했다.
음식이 나오고 나서 내가 맛있게 먹자, 그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맛있어요!"라고 말했지만, 그는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그와 같은 제스처를 따라 했고, 그 순간 우리는 서로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식사를 마치고 떠나려 할 때, 그는 내 손에 작은 디저트를 쥐여 주었다. 나는 당황했지만, 그는 그냥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단순한 가게 주인과 손님의 관계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이와 눈빛으로 대화하다
몽골의 초원을 여행할 때였다. 한 유목민 가족의 게르(전통 텐트)에서 하룻밤 머물 기회가 있었다. 그 집에는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는 처음 보는 외국인인 나를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 아이에게 말을 걸었지만, 그는 내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곧바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나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공"을 흉내 내었고, 그는 밖에서 작은 공을 가져왔다. 우리는 공을 주고받으며 웃었고, 나는 그에게 작은 마술을 보여주었다. 아이는 깔깔 웃으며 더 보여 달라고 손짓했다.
그렇게 우리는 몇 시간 동안 단 한 마디의 말도 없이 함께 놀았다. 헤어질 때 그는 내 손을 꼭 잡고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손을 흔들며 미소를 보냈고, 그는 마지막으로 내게 하이파이브를 해 주었다. 우리는 서로의 언어를 몰랐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완벽하게 통해 있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여행이 더욱 즐거워졌다. 처음에는 언어 때문에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단어가 아니라 마음이었다.
내가 먼저 웃으면 상대도 웃는다. 내가 두 손을 모아 인사하면, 상대도 반갑게 인사한다. 내가 손짓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꺼이 도와준다. 말이 없어도, 우리는 충분히 연결될 수 있다.
물론 언어가 통하면 더욱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작은 순간들, 짧지만 따뜻했던 교류들이야말로 내가 기억하는 가장 소중한 순간들이다.
진심은 언어보다 강하다
나는 이제 여행을 떠날 때 언어를 걱정하지 않는다. 대신,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방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행에서 가장 강력한 언어는 단어가 아니라, 눈빛, 표정, 몸짓, 그리고 진심이다.
우리는 모두 같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즐거울 때 웃고, 감사할 때 손을 모으고, 슬플 때 눈물을 흘린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런 감정들은 언제나 전해진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을 나누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떠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