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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이 자유로울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껏 떠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혼자 떠나는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치 못한 감정이 찾아왔다. 아름다운 풍경을 눈앞에 두고도 공허함이 느껴졌고, 멋진 경험을 하고도 나눌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아쉽게 다가왔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분명 멋진 순간들을 안겨주었지만, 그만큼 외로움이라는 감정도 함께 가져왔다.

나는 그 감정을 애써 무시하려고 했지만, 외로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결국 나는 이 감정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과 외로움

혼자 여행을 하면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였다. 누군가와 일정을 맞출 필요도 없고, 식사 메뉴를 두고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 수 있었다. 한 도시에서 예상보다 더 머물고 싶다면 그대로 머물러도 되었고, 반대로 기대했던 곳이 별로라면 바로 다음 장소로 떠날 수도 있었다.

이런 자유로운 여행을 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만큼 즐거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자유 속에서 고독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특히 혼자 긴 여행을 하다 보면, 낮보다 밤이 더 외롭게 느껴졌다. 낮에는 새로운 것들을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바쁘게 움직이지만, 해가 지고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앉는 순간, 갑자기 고요해지는 시간이 찾아왔다. 다른 사람들은 친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데, 나는 그저 조용한 방 안에서 혼자 영상을 정리하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또한, 여행 중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을 때 외로움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한 번은 유럽에서 기차 시간이 잘못되어 예상치 못한 도시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숙소를 급하게 찾아야 했고, 모든 것이 낯설었다. 만약 누군가와 함께였다면 덜 불안했을 텐데, 혼자라는 사실이 더욱 외로움을 부추겼다.

그때 문득 ‘이런 멋진 순간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라는 것이 너무나도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외로움을 마주하는 법

처음에는 이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려 했다. 호스텔에서 새로운 여행자들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했고,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이런 방식은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었다. 함께 어울리는 동안에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지만, 결국 다시 혼자가 되는 순간 외로움은 더욱 깊어졌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꼭 내 외로움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을 억지로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혼자 있는 시간도 여행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그 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했다.

한적한 카페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거나, 카메라를 들고 거리의 풍경을 담으며 홀로 걷는 시간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하기 위해 여행 노트를 쓰기도 했고, 나 자신과 더 깊이 대화하는 법을 배워 나갔다.

이런 과정 속에서 나는 외로움이 꼭 나쁜 감정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외로움을 극복하는 작은 방법들

외로움을 피할 수 없다면, 그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하면서 몇 가지 나만의 방법을 찾게 되었다.

하나는, 일정을 너무 빡빡하게 잡지 않는 것이었다. 여행을 할 때 외로움을 가장 많이 느낄 때는 몸이 지쳤을 때였다. 새로운 장소를 계속 옮겨 다니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피로가 쌓이면, 그때 외로움도 더 크게 다가왔다. 그래서 가끔은 한 도시에서 며칠씩 머물며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또 다른 방법은, 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려 노력하는 것이었다. 가벼운 인사만 나누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순간들은 혼자 하는 여행 속에서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았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이었다. 외로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것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그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외로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여행이 끝난 후에도 남은 것

혼자 떠나는 여행은 단순한 자유가 아니라,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외로움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느 순간부터 외로움이 찾아와도 그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다. 차 한 잔을 마시며 조용히 풍경을 감상하는 순간, 아무 말 없이 석양을 바라보는 순간, 그 모든 시간이 결국 나를 성장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때로는 외로움조차도 소중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통해, 나는 더욱 단단해졌고,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혼자 여행을 하며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마저도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로움 속에서도 나는 나를 더 많이 알아가고, 세상을 더 깊이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늘 새로운 곳을 발견하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발견은 바로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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