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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늘 설레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질문이 많아졌고, 내가 왜 이 길 위에 서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되묻게 되었어요. 이 글은 ‘왜 여행을 계속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솔직한 고백입니다. 여행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 있는 외로움, 반복되는 고민들, 그리고 그 안에서도 다시 배낭을 메는 이유. 때로는 길 위에서 더 많이 흔들렸고, 그래서 더 깊이 나를 알아갔습니다. 여행이라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되짚으며, 아직도 길 위에 서 있는 나를 돌아봅니다.

여행의 의미는 언제나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처음 여행을 떠났을 때는 사실 별다른 이유가 없었어요. 그냥 답답했어요. 일상이 너무 똑같았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거든요. 어디든 떠나면 좀 나아질 것 같았고, 일단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어요. 목적지도 중요하지 않았고, 계획도 엉성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낯선 곳에서 내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어요. 익숙한 공간에선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하나씩 떠올랐고, 처음 보는 골목을 걷는데 마치 내가 걷던 어떤 기억이 겹쳐지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나는 왜 이 길을 걷고 있지?’라는 질문이 시작된 게요. 여행은 늘 기대감과 설렘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막상 길 위에 서면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질문들이 자꾸 생겨났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뭘까, 나는 어떤 삶을 바라고 있을까, 나는 왜 자꾸 떠나고 있는 걸까. 처음엔 그 질문들이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어요. 여행은 답을 찾는 행위가 아니라, 나를 계속해서 물어보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걸요. 그러니까 여행의 의미는 어쩌면, 내가 멈추지 않고 계속 나를 돌아보게 해주는 일인 거예요. 그래서 매번 떠나고 돌아오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길 위에 있었고, 어느새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제 모습을 보게 됐어요. 누군가는 여행을 도피라고 말하기도 해요. 맞아요, 어떤 순간엔 진짜 그랬어요. 도망치듯 떠났던 적도 있었고,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가방을 싸기도 했죠. 하지만 그 도피조차도 저에겐 필요했던 시간들이었어요. 그렇게 도망치면서 저는 제 마음을 더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다시 현실로 돌아갈 힘도 얻게 됐어요. 결국 여행은 도망이 아니라, 다시 돌아가기 위한 준비였던 거죠.

길 위에서 흔들릴 때마다 되묻게 되는 마음

사실 ‘이 길이 맞나?’라는 생각은 여행을 할수록 더 자주 들었어요. 유튜버로서 콘텐츠를 만들고, 새로운 도시를 소개하면서도 가끔은 공허했어요. ‘지금 내가 보여주는 이 장면들이 진짜 나의 삶일까? 아니면 보여주기 위한 포장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거든요. 카메라 뒤에서 혼자 숙소에 들어와 영상을 정리할 때, 외로움이 밀려오는 밤이면 ‘계속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이 가슴 깊숙이 박히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저를 붙잡아준 건, 다름 아닌 이전 여행에서 마주했던 어떤 장면, 어떤 감정들이었어요. 아이슬란드의 어느 길 위에서 본 끝없이 펼쳐진 풍경, 일본 어느 시골 마을에서 우연히 마주친 노부부의 미소, 그 순간들은 아무 말 없이도 제게 말해줬어요. ‘너는 지금 너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거야. 비록 흔들릴지라도 그건 나쁜 게 아니야.’ 그렇게 길 위의 작고 조용한 위로들이 제 마음을 붙잡아줬고, 저는 다시 일어나 다음 행선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어요. 여행을 할수록 더 많은 도시와 풍경을 보고 있지만, 그보다 더 깊이 보게 되는 건 결국 ‘나’였어요.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마주하는 환경 속에서 저는 나의 성격과 감정, 내면의 가장 솔직한 모습을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됐어요. 길 위에서는 꾸미거나 피할 수 없었어요. 내가 어떤 순간에 불편함을 느끼고,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열리는지를 생생하게 마주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여행은 늘 나를 시험하는 동시에 나를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 과정이었어요. 그 감정들을 통해서만 저는 정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았어요.

여행자라는 삶을 살아가는 이유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를 누가 물으면 저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해요. “여행이 아니면 나를 이렇게 진하게 느낄 수 없어서요.” 여행지에서는 내 감정의 진폭이 더 커져요. 사소한 친절에 울컥하고, 예상치 못한 풍경에 눈물이 나고, 작은 불편에도 혼자 이겨내야 하니까요. 그런 감정들이 쌓이면서 삶이 더 다채로워지는 느낌이에요. 단순히 새로운 것을 보는 게 아니라, 매번 새로운 ‘나’를 만나는 기분이에요. 사람들은 종종 ‘언제까지 그렇게 떠돌 거냐’고 묻기도 해요. 정착해서 살아야 하지 않냐고, 안정적인 걸 꿈꾸지 않냐고요. 그런데 저는 안정이라는 말보다 ‘나답게 산다’는 말이 더 좋아요. 그게 꼭 한곳에 머물러야 가능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에게는 정착이 자신답게 사는 길이고, 저에게는 떠나는 게 그렇거든요. 저는 가방을 메고 낯선 도시의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 가장 나답다고 느껴요. 두려움과 설렘이 동시에 밀려올 때, 그 낯선 기분이 저를 살아 있게 만들어요.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을 내가 선택했다는 사실이 저를 단단하게 해줘요. 누군가는 여행을 자유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현실 도피라고 말하지만, 저에겐 여행이 곧 삶이고, 내가 내 삶을 선택하고 있다는 증거예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다음 여행지를 고르고 있어요. 아직 가보지 못한 도시, 아직 만나지 못한 나, 아직 꺼내보지 못한 감정들을 찾아서요. 그게 제가 여행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예요. 언제까지가 될진 몰라도, 지금 이 길 위에 있는 나 자신이 좋고, 이 삶이 괜찮다고 느껴지기에 계속 떠나고 있는 거예요.

마무리

여행을 계속하는 이유는 단순한 답 하나로는 설명되지 않아요. 설렐 때도 있었고, 지칠 때도 있었고,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모든 순간마다 저는 여행이 아니면 마주할 수 없었던 나를 만나왔고, 그 만남들이 저를 더 진짜 나로 살아가게 만들어줬어요. 길 위에서 흔들릴 때마다 나는 왜 이 길을 택했는지 다시 묻게 되고, 그러면서 더 깊은 이유가 마음속에 남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여전히 떠나고 있어요. 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질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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