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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여행은 그저 즐거움이었다.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설렘, 낯선 풍경 속을 걷는 자유로움, 예상치 못한 만남들이 주는 감동. 카메라를 들고 그 순간들을 기록하는 것이 좋았고, 그 기록을 영상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이 행복했다.
하지만 유튜브가 점점 성장하면서, 그리고 내가 여행을 업으로 삼게 되면서, 여행은 더 이상 순수한 ‘즐거움’만이 아니었다. 일정에 맞춰 이동하고, 촬영 계획을 세우고, 영상을 편집하고, 업로드 일정까지 고려해야 했다. 가끔은 몸이 지쳐도 촬영을 해야 했고, 어떤 순간은 그냥 온전히 느끼고 싶어도 카메라부터 들고 있어야 했다. 어느 순간부터 여행은 단순한 ‘삶의 일부’가 아니라, ‘해야 하는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여행을 사랑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제 여행은 나에게 단순한 ‘일’이 되어버린 걸까?
여행이 일상이 되면서 변한 것들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 여행은 철저하게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렀다. 피곤하면 하루 종일 숙소에서 쉬기도 했고, 기분이 내키면 계획에 없던 곳으로 무작정 떠나기도 했다.
하지만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여행 방식이 달라졌다. 구독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부담감,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점점 커졌다. ‘이 장면을 꼭 찍어야 해’, ‘이 장소를 빠뜨리면 안 돼’, ‘여기서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영상을 찍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길도, ‘촬영하기 좋은 장소인가?’를 먼저 고민했다. 조용한 골목에서 마주한 평범한 풍경도, ‘이게 영상으로 담으면 좋을까?’를 먼저 생각했다. 한때는 자유로웠던 여행이 점점 ‘기획된 일정’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그런 변화가 싫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수익을 얻는다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었다. 하지만 점점 여행을 하면서도 여행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내려놓고 싶었던 순간
어느 날, 나는 유럽의 한 작은 마을을 여행하고 있었다. 그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그냥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다. 돌길을 따라 걷다 보니 작은 공원이 나왔고, 벤치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잠시 쉬었다. 그 순간,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을 영상으로 담아야 할까?’
나는 카메라를 꺼내려다 멈췄다. 그리고 그냥 그대로 앉아 있어 보기로 했다. 아무런 촬영도 하지 않고, 화면을 통해서가 아니라 내 눈으로 풍경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공원에서 아이들과 뛰어놀고 있었고, 노부부는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내 얼굴을 감쌌고, 나는 아주 오랜만에 여행을 온전히 느끼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나는 여행을 사랑하지만, 때때로 카메라를 내려놓고 싶어 한다는 것을.
여행을 ‘기록’하는 것과 여행을 ‘사는’ 것
유튜브를 시작하고 나서, 나는 항상 ‘기록’하는 것에 집중했다. 좋은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많은 장면을 담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여행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멋진 장소를 방문하고, 카메라에 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를 하면서 나는 점점 여행을 ‘사는 것’보다 ‘기록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여행 중에 가끔 카메라를 내려놓기로 했다. 모든 순간을 촬영할 필요는 없다. 어떤 순간은 그냥 내 기억 속에만 남겨도 된다.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여행은 다시 나에게 자유로움을 선물해 주었다.
나는 여전히 여행을 사랑하고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했다. 그렇다. 나는 여전히 여행을 사랑한다. 다만, 나는 여행을 하는 방식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을 업으로 삼다 보면, 여행의 의미가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여행을 시작했는지, 그리고 왜 이 일을 계속하고 싶은지를 잊지 않는 것이다. 나는 단순히 영상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삶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느낀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에 이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다.
이제 나는 여행을 할 때 조금 더 신중해졌다. 영상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행을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 균형을 맞추는 것이, 내가 유튜브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나는 앞으로도 여행을 할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여행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시금 여행의 의미를 찾아갈 것이다.
여행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 여전히 나의 삶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