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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는데도 나는 여전히 여행 중이었다. 도시 곳곳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걸리고, 거리에는 캐럴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실감했다. 올해 나는 가족과 친구들이 없는 곳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다. 크리스마스는 매년 찾아오는 날이고, 올해는 그저 여행 중에 맞이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고, 주변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할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니 살짝 외로움이 밀려왔다. 익숙한 곳에서 따뜻한 음식과 함께하던 크리스마스가 아닌, 낯선 도시에서 혼자 보내야 하는 크리스마스라니. 과연 이 하루가 어떤 의미로 남을까?

크리스마스를 앞둔 낯선 도시

내가 머물던 도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했다. 광장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졌고, 거리에는 반짝이는 조명이 걸려 있었다. 카페에서는 계피향이 은은하게 퍼졌고, 가게마다 크리스마스 한정 메뉴를 내놓고 있었다. 모든 것이 화려하고 따뜻해 보였지만, 그 화려함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낯선 기분이 들었다. 크리스마스는 원래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날이 아니었던가?

문득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아마 따뜻한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며 선물을 주고받고, 연말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겠지. 그 모습을 상상하니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졌다. 평소에는 혼자 여행하는 것이 좋았지만, 이날만큼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특별한 계획 없이 맞이한 크리스마스 이브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특별한 계획이 없었다. 유명한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볼까도 생각했지만, 왠지 그곳에서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 섞이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그냥 거리로 나섰다. 목적지도 없이 걷다 보면, 어쩌면 이 하루가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걷다가 작은 베이커리에 들렀다. 크리스마스 한정 디저트를 판다는 간판이 눈에 띄었고, 나는 호기심에 들어가 따뜻한 음료와 달콤한 빵을 주문했다. 가게 안은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나는 혼자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저마다의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모습이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낯설었다.

그때 한 점원이 내게 말을 걸었다. “여행 중이세요?” 내가 여행자처럼 보였던 모양이었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네, 혼자 여행 중이에요.” 그러자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곳에서의 크리스마스도 분명 멋진 추억이 될 거예요.”

순간 마음이 조금 따뜻해졌다. 그렇다. 꼭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해야만 크리스마스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마주하며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도 특별할 수 있다.

혼자서도 따뜻했던 크리스마스의 밤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숙소로 돌아가려던 길에 작은 교회를 발견했다. 안에서는 조용히 성가대 연습이 진행되고 있었고, 호기심에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안에는 몇 명의 현지인들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었고, 나처럼 혼자 온 여행자들도 있었다. 나는 조용히 앉아 그 분위기를 느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는 공간에서, 나는 비로소 외로움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사람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서로를 축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비록 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는 아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포함해 몇 명의 여행자들이 조용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말을 많이 나누지 않았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되었다. 따뜻한 차를 나눠 마시고, 함께 노래를 들으며 나는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가 주는 진짜 의미

그날 밤, 숙소로 돌아와 창가에 앉아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거리에는 여전히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짝였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크리스마스와는 달랐지만, 이곳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단순히 화려한 장식이나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감정을 나누는 날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꼭 익숙한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아도, 낯선 곳에서도 충분히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크리스마스 아침, 가족과 친구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멀리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지만, 덕분에 따뜻하게 보냈어.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다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했다.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조금 특별했다. 익숙함을 벗어난 크리스마스,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따뜻함. 앞으로도 나는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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